일본 방송에서 비치는 한국은 그리 썩 괜찮은 나라같지 않아보인다. 겨울 연가 열풍이 불기 전에 한국의 모습은 옛 1970년대를 연상해 초가집에서 살고, 아파트같은 풍경이나 잘 닦인 도로의 나라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일본인의 말을 심심치 않게 들어왔던 것에 이유는 물론 첫째로 무관심을 들 수 있었겠지만, 일본 매체에서 한국의 부정적인 면만을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욘사마 덕택에 한국에 대한 시각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낙후된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런 시각을 조성하는데 일본의 매체는 어떤 영향력을 미쳤을까.
일단,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공격한다. 자국 내의 한국인의 사건을 뭐가 뜨기만 하면 나온다. 작은건 작은것 대로 크면 큰대로. 오늘만해도 그렇다. 우익신문인 요미우리는 새해 벽두부터 '지문 심사' 한국인 범죄 속수무책'라는 제목의 기사를 뽑았다. 일본은 우리나라 보다 지상파 방송이 훨씬 많다. 거기서 다루는 것들 왠만큼 자극적이지 않으면 시청률로 밥벌어 먹고 살기 쉽지 않다. 외국인의 자국내 나쁜짓에 대해서 주요 레파토리로 쓰이고 있다. 중국이나 다른 동남아시아와 한 데 엮어 단골출연 한다. 주로 불법체류 노동자나 술집 매춘부 소재이며, 이는 '한국은 살만한 나라라더니 일본에 와서 이러는 걸 보니 그렇지도 않나봐' 내지는 '한국 잘 산다며 자발적인 매춘을 보면 위안부도 허구다'라는 주장으로 번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그런 매춘부가 일본이 더 좋다는 식으로 인터뷰를 따온다면 더욱 한국 깎아내리려는 소기의 목적은 성공적으로 달성하게된다. (그러니 제발 굶어죽어도 한국에서 그랬으면 좋겠다) 이런 사건이 전에있어 신나게 까대다가 나중에 한 한국 여성이 이름만 빌려줬을뿐이라 해명했던 헤프닝도 있었다. 그런 헤프닝에 대한 것은 언론이 알아서 고이 묻히게 해주었지만.
우리나라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어야 나올만한 것들-우리나라 불법체류 노동자에 대한 문제도 날로 늘어나 심각함에도-일본 방송에서 나오는 노출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그런 문제가 전혀 없어 보일 정도. 일본은 매스컴의 [아젠다 세팅]을 통해 대중의 어떠한 시각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사건을 확대 재생산 하는 면도 있지만, 일단 명백한 사건에 대해서니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일본 방송에서 소개하고 보여주는 한국의 도시 풍경은 정말 후미지고 낙후된 곳만 보여준다. 아주 가끔 좋은 곳도 보여주고 한다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비율로 따지자면, 9대1 정도? 그래 내가 일본의 모든 매체를 보는 건 아니니 넉넉 잡아도 8대2. 드라마에서 보여주든 영화에서 보여주든, 한류 스타를 취재하기 위해 오면서 훑는 장소도 깔끔하게 정돈된 거리보다 작고 허름한 건물이 즐비한 시장거리나, 쓰러져 가는 집에 슬레트를 얹은 풍경을 보여준다.
◀영화 [키사라즈 캣츠아이 월드시리즈]에 부산을 묘사한 몽타주. 촌스런 타이포 그라피와 허름한 시장바닥과 80년대를 연상케하는 촌스러운 모습이 가득하다.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비웃듯이 꼭 번화한 곳만 비켜나가 담는다. 키사라즈 캣츠아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밌게 본 드라마 시리즈다. 영화화 되면서 극장판 1탄은 일본에서 찍어 일본시리즈고, 극장판 2탄은 한국에서 오프닝이 나와 월드 시리즈다. 한국이 어떻게 나올까 굉장히 흥분해서 보았지만, 부산 시장만 비추고 역 앞에서 일어나는 오지의 풍경은 현대식으로 크게 지은 [부산역]이 아니라 작고 보여줄 것 없는 [부산진역]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 부산진역이 넓은 곳에 잘 지은 부산역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일본 관객은 얼마나 될까.
▲화려한 부산역이 아닌, 허름한 부산진역을 담은 일본영화 '키사라즈 캣츠아이'
HERO 극장판 역시 한국에서 찍었다길래 굉장히 기대를 하면서 보았다. 기무라 타쿠야가 극중에서 터진 사건관계로 한국 온다길래 계속 한국한국 거리길래 한국에서 공조 수사를 생각하며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서울이 아닌 부산이었다. 부산도 제 2의 도시로 좋은 곳 많고 PIFF거리 등 괜찮은 번화가가 많은데 굳이 시장바닥 돌며, 조금은 덜 위생적으로 보이는 공간을 비추었다. 그리고 남주인공이랑 여주인공이랑 어떤 식당에서 청국장 먹는 장면이 나왔는데, 사람이 테이블마다 꽉 찼는데 그건 맛집이라 쳐도 한 테이블에 일행만 먹는데 모르는 사람까지 같은 테이블에 쭈욱 같이 있길래 혹시 관계가 있는 사람인가 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 일본인으로 하여금 한국은 모르는 사람과도 한 테이블을 쓰는가 착각이 들게 했다.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의 거리와 음식점의 모습을 담은 일본영화 'HERO(히어로)'
선진국으로서 후진국을 굽어보는 느낌이었다. '한국은 그렇게 좋은 여건이 아니야'를 눈으로 직접 보여준다. 매체의 의도를 생각지 않고 보다가는 믿게 되겠지만, 그걸 일일히 상기하며 보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쇼프로에서 찾은 한국도 마찬가지. 얼마 전 어떤 프로그램에서 송혜교와 손예진을 인터뷰 하기 위해 한국의 커피숍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형식으로 한국의 커피숍 외관을 비추었는데, 신촌으로 그나마 잘나온 모습이다.
▲그나마 번화한 신촌이 등장하는 일본 방송 '구탄누보(グタンヌ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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