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나 된 작품이지만, 번역본으로 출간한지는 몇년 되지 않아서인지 문체가 그리 낡아뵈진 않았다. 영어를 비롯한 서양쪽 외국어는 우리말에 곧바로 해석할수 없는 말이 많아 의역을 하곤 하지만, 아무래도 특히 일본어번역은 1대1로 해석이 정형화되어있기 때문에 한국식 표현으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음에도 원작을 훼손한다고 생각하는 강박관념인지 노이로제인지 유난히 일본소설에는 직역된 번역체가 만연해 거슬려하는데 역시나 예외는 아니었다. 보고 있다보면 일본어의 어떤 표현인지 연상이 될 정도.

 어쨌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짧고 명료한 문체 속에 느껴지는 속도감과 팽팽한 긴장감. 영상매체는 시각과 청각적 요소를 이용해 긴장감을 줄수 있는 효과가 상당히 용이한 편이지만, 소설에서 이런 긴장감을 느낄줄이야... 나오키상 수상작 다웠다. 살인사건 뒤편에 소설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계급을 뛰어넘고자 하는 욕망/소외된 인간상을 의미심장하게 내포하고 있었다. 비록 결말이자 반전은 예상가능한 정도였지만, 살인수법과 트릭은 꽤나 흥미로웠다. 다만 특별한 행동 취해 인상적인 손님으로 만들어 알리바이를 증언해주도록하는 쇼는 이제는 CCTV의 등장으로 굳이 불필요해졌다는 시대적 변화빼고는 시대차이를 느낄만한 요소는 별로 없었다. 여전히 일본도 그러하겠지만 한국의 2010년 현재도 고착화되어가는 계급에 치를 떨고 있으며, 어떤 부류는 이를 뛰어넘는 수단으로 결혼을 이용하고 있고, 기계는 인간의 일거리를 빼앗아가고, 단순노동자는 기계와 다를바 없는 쳇바퀴같은 노동속에서 인간소외에 시름하고 있고, 세상은 알력과 모종의 거래들로 팽배하다.


-------------------------------------------------------------------------------------------------

갸쿠타마노코시(逆玉輿):역신데렐라


결국 로봇은 인간에 필적할수 없다. 타쿠야는 이런식의 얘기가 제일 싫었다. 그런식으로 말하는 인간일수록 능력도 없기 마련이라 더 불쾌했다. 인간이 도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거짓말을 하고, 게으름을 부리고, 겁을 먹고, 질투나 할 뿐이다. 뭔가를 이루려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대체로 인간은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살 뿐이다. 지시가 없으면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한다. 프로그램에 따라 하는 일이라면 로봇이 훨씬 우수하다.
 게다가 저녀석들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 늘어선 로봇을 등지고 타쿠야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것이 그가 로봇을 연구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자신을 포함해 인간은 반드시 배신한다.
 그런데도 기대를 하니 실망하기 마련이다. 로봇은 배신하지 않아.


"내 꿈은 놀면서 사는 거야. 뱃속에 아이는, 그럴 수 있는 돈이 나오게 하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존재지. 그런 기회를 줄곧 기다려왔어."
 "기생충이 되겠다는 말이군"
(중략)
"난 당신이 성공하길 바란다니까. 진심인 거 알지? 당신이 니시나 가문에 들어가면 내 삶도 변하는 거야. 태양이 가득한 곳으로 나가는 거지."


유미에 : 로봇에 대해 조금 공부해봤어요. 조작 실수도 많다고 하지만, 프로그램 오류일 수도 있다고 책에 쓰여 잇더군요.
타쿠야 : 그러나 그건 아주 드문 경우지. 그 밖에 노이즈로 인한 작동 오류나, 로봇자체에 원인이 있는 경우도 가끔 있지. 그런 것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확률보다 인간이 실수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생각하는데.
유미에 : 유지는 늘 말했어요. 엘리트들은 작업자보다 로봇을 더 소중히 여긴다고. 그 사람들은 작업자를 소모품으로 생각한다고.
타쿠야는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부정할 수가 없었다.


  -------------------------------------------------------------------------------------------------

'느낌표 > 밑줄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차이나 임팩트 - 오마에 켄이치  (2) 2009.01.15
Posted by 율리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