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상반기 라면매출 순위만 보더라도 업계는 짜왕을 필두로한 프리미엄 짜장라면 천하였다. 그 결과 압도적인 격차로 농심짜왕의 승리로 끝났고, 소매가가 기존 라면보다 두배가량 비싼 짜왕의 매출은 자사 너구리를 밀어내고 4위를 차지하며 매출단가 상승과 결부한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짜왕의 아류를 벗지 못하고 참패의 수모를 겪은 후발 업체들. 짜장 다음은 짬뽕이란 트렌드를 읽은 오뚜기에서 가장 먼저 프리미엄 짬뽕라면 진짬뽕을 출시했다. 전국 88곳 짬뽕전문점 맛집을 대상으로 맛있다고 평가한 음식점을 재방문하여 분석한 결과 중화요리기구 웍이 고온에서 채소를 볶는 불맛이 맛을 좌우한다는 점을 파악, 불맛을 재현하고자 했고 겉은 부드럽고 속은 쫄깃한 태면을 개발. 한편으로 일본의 한 유명 짬뽕 전문점의 닭육수 비법을 차용했다. 튼실한 건더기, 액상소스, 불맛구현으로 기존 짬뽕라면과 차별화에 성공하였다. 진짬뽕은 2015년 10월 15일에 출시하여 출시 50일만에 누적 1000만개, 두달만에 2000만개를 팔아치우는 등 출시 1달 반만 집계되는 2015년 전체 매출 17위로 첫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연간 라면 매출 순위 (2012~2015)


자료제공 AGB 닐슨코리아 2012-2013 / 2014-2015



짜왕의 상승으로 농심내부에서의 매출변화가 있었는데 짜파구리로 짜파게티와 너구리 동반특수를 누렸던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순위가 하나씩 밀려났고, 짜왕까지 매출 톱5가 농심으로 채워지면서 5위로 체면치레 하던 삼양라면이 6위로 밀려났다.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그 밖에 불닭볶음면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전년에 비해 매출 순위가 다소 하락하면서 오뚜기에 업계 2위를 허락한 이후, 업계 3위 점유율을 타계할 방책이 시급해 보인다. 팔도는 간판 팔도비빔면의 순위가 꾸준히 하락한 대신 왕뚜껑 컵라면이 다시 순위권을 회복한 점 정도. 오뚜기의 상승세는 연말부터 돌풍이었기 때문에 2015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진라면 매운맛의 안착하는 한편 진라면 순한맛과 참깨라면의 상승으로 청신호. 2016년에도 진짬뽕이 업계 스테디 셀러로 오뚜기를 시장파이 견인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라면업계 4사 매출 점유율 추이

자료제공 AGB 닐슨코리아 2008-2010 / 2011-2014 / 2014-2015



 압도적인 업계 선두주자 농심. 그러나 업계판도가 바뀌고 있다. 2005년 72.5%, 2006년 73.2%, 2007년 75.6%의 점유율[각주:1]로 파죽지세를 이어가다 2008년 70%가 붕괴된 이후 2010년에 반짝 70.7%를 찍은 후 꾸준히 하락했다. 2012년 하얀라면 열풍부터 파이를 빼앗기더니 불과 5년만에 점유율 9%가 추락했다. 월별 점유율에서는 2015년 12월 오뚜기가 24.1%를 기록하면서 농심 점유율이 54.1%로 하락, 1987년 오뚜기가 라면시장에 진출한 이래 최초이자, 라면업계에서도 2위가 20%를 돌파한것은 1989년 우지파동 이후 처음 벌어진 사건[각주:2]. 만약 농심이 2016년 점유율 60%가 지켜내지 못한다면 라면 업계 대파란이 일것으로 보인다. 


 라면의 원조 삼양식품은 안정적인 2위를 고수하다 오뚜기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전략에 2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점유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짜왕과 진짬뽕의 미투브랜드도 모두 상대가 되지 않았고, 야심차게 내놓았던 신작 허니치즈라면과 어뎅탕면이 호응을 얻지 못했고 매운맛을 내세운 불닭볶음면을 성장시키지 못했다. 삼양이 각광받고 있는 상품은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 뿐인데 비해 오뚜기는 진짬뽕, 진라면 매운맛, 진라면 순한맛, 참깨라면 그 밖에 스낵면 등 제품 포트폴리오가 탄탄하다.


 오뚜기의 약진 비결은 뭘까. 최근 5년간 오뚜기는 모든 컵라면에 해바라기유를 사용하면서 팜유를 사용하는 타사 라면과 차별점을 두었다. 불포화 지방산이 들어 있어 건강에 이로운 것은 물론이지만 2012년부터 2013년에 걸쳐 짠맛을 줄이고 매운맛을 늘리는 미세조정(리뉴얼)을 세 번이나 단행하면서 제품력 호평을 받았다. 물론 판촉면에서 전에 없던 가격할인, 제품 증정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했던것이 기존의 진라면이 달라졌음을 소비자에게 재인식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라면 판촉사원까지 전직원 정직원이란 사실이 알려져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제고에 영향을 미쳤다. 진짬뽕 매출 호조와 복합적으로 기업주가도 덩달아 상승하는 계기가 됐다. 2015년 초만해도 40만원선을 형성하던 주가는 지난 하반기에만 73% 주가상승했으며 2016년 1월 한때 14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영업력, 제품력, 마케팅 능력까지 갖추어 시장을 재편한 오뚜기. '버티느냐, 이기느냐' 라면업계는 어느때보다 뜨겁고 치열한 전쟁을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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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율리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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